서론
한미 관세 협상이 성공적으로 타결된 배경에는 특별한 프로젝트가 있었습니다. 바로 'MASGA(Make American Shipbuilding Great Again) 프로젝트'입니다. 이 프로젝트는 한국이 미국의 조선업 부흥을 지원하는 대규모 협력 사업으로, 약 1,500억 달러(약 209조 원) 규모의 투자를 통해 미국 조선업 재건에 기여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부윤철 경제부총리가 "오늘 합의에 이르도록 가장 큰 기여를 한 부분이 마스가 프로젝트"라고 밝힌 만큼, 이번 협상의 핵심 동력이 된 이 프로젝트에 대해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마스가 프로젝트의 구체적 내용과 의미
MASGA 프로젝트는 단순한 투자를 넘어서는 포괄적인 협력 사업입니다. 한국은 미국 내 신규 조선소 건립을 지원하고, 조선 인력 양성 및 기술 전수를 담당합니다. 또한 조선 관련 공급망 재구축과 유지보수(MRO) 업무까지 아우르는 종합적인 지원을 제공할 예정입니다.
이 프로젝트의 시작점은 한화의 김동관 부회장이 미국 측에 아이디어를 제안하면서부터였습니다. 이후 삼성전자 이재용 회장, 현대자동차 정의선 회장 등 국내 주요 기업 총수들이 직접 워싱턴으로 날아가 협상에 참여하며 프로젝트에 힘을 실었습니다.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기업들이 직간접적 도움을 줬다"며 감사의 뜻을 밝혔습니다.
미국 조선업 쇠퇴의 원인과 한국 협력의 필요성
미국 조선업의 쇠퇴는 여러 구조적 문제에서 비롯되었습니다. 1920년 제정된 존스법(Jones Act)은 미국 내 항구로 오가는 선박이 미국에서 건조되어야 하고, 미국인이 소유해야 하며, 선원의 75% 이상이 미국인이어야 한다고 규정했습니다. 이러한 보호무역주의 정책은 오히려 미국 조선업의 혁신을 막고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결과를 낳았습니다.
현재 전 세계 선박 건조량에서 미국의 비중은 0.1%에 불과합니다. 높은 인건비와 결합된 비효율적인 생산 시스템은 미국 조선업의 경쟁력을 더욱 약화시켰습니다. 특히 심각한 문제는 해군 함정 건조 및 유지보수 능력 부족으로 인한 안보 위협입니다. 걸프전 당시 민간 선박 177척을 빌려야 했고, 핵추진 잠수함 수리 지연 등의 문제가 발생하며 "무너진 조선업이 안보까지 흔들고 있는" 상황에 이르렀습니다.
흥미롭게도 트럼프 전 대통령은 1998년 대우중공업 방문 당시 한국 조선업에 크게 감명받았으며, 최근에도 한국 조선업에 대한 깊은 관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는 마스가 프로젝트가 단순한 경제적 협력을 넘어 정치적 의미도 갖는 이유입니다.
K-조선업의 성장 역사와 현재의 경쟁력
한국 조선업의 성공 스토리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비전과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주의 불굴의 의지에서 시작되었습니다. 1950년 대한조선공사가 설립되었고, 박정희 전 대통령은 해군력 강화를 강조하며 기업들에게 조선업 진출을 권유했습니다.
1968년 정주영 창업주는 현대중공업의 조선 산업 진출을 선언했습니다. 유명한 일화인 500원짜리 거북선 지폐를 들고 계약 의지를 보여주며 자금을 확보하고, 울산에 조선소를 건립했습니다. 초대형 유조선 '애틀랜틱 배러노'를 2년 3개월 만에 완공하며 세계를 놀라게 했습니다.
한국 조선업의 혁신은 생산 방식에서도 나타났습니다. "조선은 빠른 시간 내에 저가로 만들어야 한다"는 철학 하에 도크 하나에서 여러 선박을 동시에 건조하는 방식을 도입했습니다. "한국에 부탁하면 굉장히 빨리 만들어내고 또 싸다"는 소문이 퍼지며 1990년대 일본을 추월하여 세계 1위에 올랐습니다.
현재 한국은 중국에 이어 세계 2위의 조선 강국입니다. 특히 "고부가가치 친환경 LNG 운반선" 등 비싼 배들은 한국이 독보적인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LNG 운반선, LPG선, 메탄올·암모니아 선박 등 차세대 친환경 선박 분야에서 한국의 기술력은 세계 최고 수준입니다.
필리 조선소: 한국식 조선업 협력의 실증 사례
한화가 1억 달러를 들여 인수한 미국 동부 필라델피아의 필리 조선소는 이번 협상의 핵심 고리였습니다. 이 조선소에서는 현재 "한국식 조선업"이 도입되고 있습니다. 일종의 도제식 수업이 현장에서 이루어지고 있으며, 용접 기술 훈련 등 한국식 생산 공정이 적용되고 있습니다.
약 30여 명의 한국 교육 요원들이 파견되어 "잘 모르는 미국 청년들에게 한국 스타일의 조선업 기술을 가르쳐 주고" 있습니다. 향후 거제 조선소의 디지털 생산 센터와 같은 첨단 시스템도 도입될 예정입니다. 이는 "미국 입장에서 보면 기술도 전수받고 미래의 조선업 기술자도 키워내는 1석 2조" 효과를 거두고 있습니다.
기대 효과와 잠재적 우려사항
마스가 프로젝트는 다양한 긍정적 효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미국 시장 내 조선 수요가 확대되고, 건조 및 MRO 분야에서 새로운 기회가 창출될 것입니다. 미국 내 조선 인프라 구축과 인력 양성을 통해 장기적인 협력 기반이 마련되며, 자율항해 선박, 쇄빙선 등 미래 기술 협력 가능성도 열립니다.
특히 "한미 조선 동맹이 결성되어 아주 윈윈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이는 한미 원자력 협정 개정, 방위비 분담금 협의 등에서 외교적 지렛대로 활용될 수 있는 중요한 자산입니다.
다만 잠재적 우려사항도 있습니다. 인력 및 기술의 해외 유출로 인한 국내 조선 산업 위축 가능성이 있으며, 특히 고부가가치 선박 건조 기술 등 핵심 기술의 유출 위험이 존재합니다. "일종의 맛집 비법 소스를 여는 것"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 보호해야 할 부분이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습니다.
결론
마스가 프로젝트는 한미 관세 협상의 성공적인 타결을 이끈 결정적 요인이며, 동시에 K-조선업의 기술력과 잠재력을 국제적으로 입증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한국은 이 프로젝트를 통해 미국의 조선업 재건을 지원하며 경제적 이익뿐만 아니라 안보 및 외교적 측면에서도 상호 호혜적인 관계를 구축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습니다.
박정희 전 대통령과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주의 비전으로 시작된 K-조선업이 이제 글로벌 파트너십의 핵심 동력이 되었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더욱 깊습니다. 다만 핵심 기술 유출 등 잠재적 위험에 대한 철저한 대비와 지속적인 협상을 통해 국익을 극대화하는 전략이 필요할 것입니다.
앞으로 한미 조선업 협력이 단순한 기술 이전을 넘어 차세대 해양 기술 개발의 글로벌 허브로 발전할 수 있도록 지혜로운 접근이 요구되는 시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