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론: 서울 한강변, 감춰진 백제 왕성과 고대 도시의 비밀
서울에 도심을 이루고 있는 송파구와 강동구 일대. 이곳에는 수천 년 수도 서울의 현대성 뒤에 숨겨진 깊은 역사가 존재합니다. 바로 한성백제 시대의 대표 유적인 풍납토성(風納土城)과 몽촌토성, 그리고 주변 고분군입니다. 이 유적지들은 단순한 성곽이나 방어시설을 넘어, 삼국시대 한강권 핵심의 경제와 정치, 문화 교류의 중심임을 보여주며, 여전히 완전히 밝혀지지 않은 고대사 최대의 미스터리로 남아 있습니다.
풍납토성과 서울 일대 백제 유적들은 ‘위례성(慰禮城)’으로도 불리며, 백제 왕성이자 고대 동아시아 교류의 핵심 장소입니다. 하지만 이곳이 어떻게 고대 세계의 중심이 되었는지, 대규모 고대 도시의 존재가 왜 오랜 세월 주목받지 못했는지, 현대 발굴을 통해 드러난 거대한 구조물과 정교한 문화층, 그리고 아직도 풀리지 않은 백제 멸망까지의 비밀은 우리 고고학·역사학의 중요한 화두를 던집니다.
본 글에서는 풍납토성과 주변 유적의 주요 발견, 고대 한성백제 도시의 위상, 그리고 이 유적들이 지닌 미스터리와 의미를 정리합니다.
1. 풍납토성의 실체와 구조, 그리고 주요 발굴 성과
풍납토성은 서울 송파구 풍납동·강동구에 걸친 평지형 토성으로, 둘레만 3.5~3.7km에 달하는 장타원형의 거대한 성곽입니다. 한강 변의 자연지형을 활용해 축조된 이 토성의 판축(흙다짐) 성벽, 높이 9m·폭 40m 규모의 성벽, 수십여 기의 대형 건물지와 환호(마을 둘레 도랑) 유적, 대량의 백제 토기·철기·기와·유리구슬 등은 ‘단순한 방어용 성곽’을 넘어, 당시 동아시아에서도 손꼽히는 대도시 왕궁·행정도시의 위상을 보여줍니다.
풍납토성 내부, 아파트 건설 등이 진행되다 발굴된 건물지(44호 등)는 길이 16~18m, 바닥에 도랑과 기둥 자리가 남아있고, 각종 저장고·우물·도로 등 사회 인프라도 발견되었습니다. 중앙·북쪽에는 대형 건축군이 집중적으로 조성됐고, 수혈주거지(반지하 가옥), 토기 가마, 곡물 저장소, 창고 등은 경제·행정의 중심임을 입증합니다.
또한 동진(중국) 청동초두, 금제 귀고리, 자줏빛 유리구 등 동서문화의 융합을 보여주는 국제교류 유물의 다량 출토로 ‘고대 글로벌 도시’로서의 성격이 확립되고 있습니다.
2. 백제 한성기의 위상과 백제 서울 유적군의 연계
풍납토성은 기록상 백제 최초의 도읍 ‘한성(漢城)’ 위례성으로 비정되며, 1세기 건국 ~ 475년 고구려 장수왕 침공까지 약 470년간 백제의 정치·경제·문화 중심지였습니다. 인근의 **몽촌토성(夢村土城)**과 ‘석촌동 고분군’, ‘방이동 토기마을’ 등 일대 유적들은 백제 한성기의 도시네트워크를 보여줍니다.
몽촌토성 역시 평지형 대규모 토성(둘레 약 1km)으로, 풍납토성과 유사하게 왕성 방어와 행정·의례기능이 있었던 것으로 분석됩니다. 주변에는 다수의 동시대 왕족, 귀족 무덤(석촌동 고분군 및 방이동 고분군)이 자리해, 왕성-귀족-평민 간 위계적인 공간 분포를 보여줍니다.
서울 일대 유적군의 복원은 고대 한류와 삼국시대 도시발전사, 백제~고구려~신라의 정치 군사적 경계와 상호작용 연구에 핵심 자료를 제공합니다.
3. 발굴에서 밝혀진 미스터리와 남은 과제들
풍납토성이 주목받게 된 직접적 계기는 1997년 아파트 신축부지에서 대규모 백제 토기층이 발견된 이후입니다. 이후 긴급발굴과 지속적 보존이 진행되고 있으나, 전체 토성 중 약 13%만 전문적으로 조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대표적인 미스터리는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 어떻게 한강 북쪽 일대에 이토록 방대한 평지성·왕궁·대형 건물이 밀집해 있었는가?
- 백제의 왕궁구조와 건축기술, 당시 인구·경제 규모는 실제로 어느 정도였나?
- 고대 동아시아 국제교류 물품들이 한성기 백제에 집중된 배경과 네트워크 실체는?
- 풍납토성에서 웅진(공주)과 사비(부여) 시기 백제 유물과 차별화, 연계성은 무엇인가?
- 475년 고구려 장수왕 침공, 한성 멸망 당시의 구체적 도시 파괴와 왕성 패망의 실상 등
또한, 풍납토성 복원·보존은 기존 도시 구조와의 마찰, 개발과 문화재 보존의 사회적 갈등 문제, 전체 성벽 원형 복원과 기반연구 등 현실적 어려움도 동반합니다.
결론: 서울 풍납토성, 백제 고대사와 동아시아 문명 교류사의 열쇠
풍납토성과 서울 일대 백제 유적은 삼국시대 백제의 고대 왕성으로서, 한반도와 동아시아 도시문명, 국제교류사의 중심이었음을 보여줍니다. 수천 년간 존재를 드러내지 못했던 대도시 왕궁·행정도시의 실체가 도시개발과 현대인의 일상을 통해 비로소 복원되고 있으며, 이는 서울 자체의 고대 역사 정체성·장기 지속성에도 중요한 통찰을 제공합니다.
아직도 철저히 밝혀지지 않은 구조·규모·사회 구조 등은 대한민국·서울·백제·동아시아 역사를 잇는 퍼즐의 마지막 조각입니다. 풍납토성 해석의 미스터리는 한성백제와 서울 도시사, 동아시아 문화 네트워크의 발달을 이해하는 데 최대의 열쇠임을 재확인할 수 있습니다.